1. 한때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다음’
한때 ‘포털사이트’ 하면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다음은 한국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로 시작해,
뉴스, 카페, 블로그까지 전방위 플랫폼을 구축했다.
특히 ‘다음 카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진화 그 자체였다.
디씨인사이드, 웃긴대학, 여성시대 등 수많은 커뮤니티들이 이 생태계에서 자라났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다음은 네이버보다 ‘힙’하고 열린 공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 위상은 점차 무너져 갔다.
2. 위기의 시작: 검색 중심 전략의 부재
네이버는 검색을 중심으로 정보를 큐레이션했고,
자체 DB 구축과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반면 다음은 뉴스, 카페, 블로그 등 ‘커뮤니티 중심’ 콘텐츠에 집중했으나
검색엔진 기술 확보와 개인화 기능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모바일 대전환 시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네이버가 모바일 검색 UI를 최적화하고 앱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동안,
다음은 여전히 PC 중심 UX에 머물러 있었다.
3. 카카오와의 합병: 선택이 아닌 생존
2014년,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하며 ‘다음카카오’로 다시 태어났다.
당시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신흥 강자였고,
다음은 ‘포털 2위’지만 점점 존재감이 약해지던 상황이었다.
표면상으론 'IT 시너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결합'이었지만,
실제론 다음이 주도권을 넘기며 사실상 흡수당한 합병이었다.
카카오는 검색·뉴스·지도 같은 다음의 인프라를 확보했고,
다음은 메신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스스로 주도권을 포기했다.
4. 합병 이후의 다음, 그리고 소멸
합병 이후 '다음' 브랜드는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다.
뉴스는 ‘카카오 뷰’로, 블로그는 ‘브런치’로, 카페는 점점 고립된 공간이 됐다.
다음 웹툰은 카카오페이지로 통합됐고,
검색 서비스도 카카오엔진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일어났다.
결국 ‘다음’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카카오 생태계 안의 기능 일부로 흡수된 것이다.
더 이상 독립적인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지금은 ‘포털 다음’보단 ‘카카오 계열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결론: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대가
다음은 기술도 있었고, 유저 기반도 강력했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검색 강화’와 ‘모바일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놓쳤다.
플랫폼 전쟁은 한 번의 실수로도 밀려날 수 있는 게임이다.
카카오와의 합병은 단기적 생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음’이라는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게 됐다.
‘한메일의 추억’, ‘다음 카페의 전성기’는 이제
인터넷 고인물들의 회상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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