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전 유통의 왕좌에 올랐던 하이마트가 최근 연이어 실적 부진에 빠지며 위기설에 휘말리고 있다. 매장에서 줄을 서서 TV나 냉장고를 비교하던 풍경은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되었고, 소비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해외에서 가전을 ‘직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통 방식의 진화가 아닌, 오프라인 유통 전반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마트, 왜 무너졌나?
하이마트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가전 유통의 절대 강자였다. 전국에 퍼진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보고, 만지고, 설명 듣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매출을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하이마트는 고정비용 부담과 온라인 전환의 지연, 그리고 소비자 니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온라인 쇼핑의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한 점은 치명적이었다. 네이버 쇼핑, 쿠팡, 그리고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해외 직구 플랫폼들은 더 저렴한 가격, 다양한 제품군,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하이마트를 압박하고 있다.
해외 직구의 습격
소비자들이 하이마트보다 직구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같은 모델의 전자제품이 직구로는 20~30% 저렴한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일부 글로벌 브랜드는 한국 내 가격 정책보다 해외 가격이 더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어, 정보력 있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직구를 선택하게 된다.
또한, 유튜브나 SNS를 통해 직구 제품 리뷰, 배송 후기, 관세 계산 방법 등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직구 장벽’이 낮아졌다. 과거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해외 구매가 지금은 손쉽게 다가올 수 있는 선택지가 된 것이다.
팁: 해외 직구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가격 경쟁력'이 아닌 '서비스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예: 설치·AS 통합 패키지, 체험형 매장 확대 등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는?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공간’으로서의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력이 없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를 얻은 뒤,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과 ‘상담’, ‘확신’을 얻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은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경험 기반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일부 유통업체는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스토어는 제품을 체험해보고, 바로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또, 무신사나 삼성전자 등은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전시관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팁: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은 ‘전시 공간’이 아닌 ‘체험 공간’으로의 탈바꿈이다. 인테리어, 직원 교육, 고객 동선 설계 등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하이마트,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이마트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할인 행사나 점포 정리 수준의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개선과 온라인-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새로운 가치 제안을 해야 한다.
특히 M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시장에서는 가격만큼이나 ‘경험’과 ‘브랜드 스토리’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이마트가 단순한 유통 회사를 넘어 ‘가전 경험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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